시설에 다니지 않은 첫째
첫째아이는 5살입니다. 현재는 유치원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전까지는 제가 데리고 있었습니다.
시설을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었던 것은 먼저 육아휴직이 가능했기때문인 이유가 가장 큽니다. 두번째로는 지금 아니면 이렇게 아이들과 오래 붙어있을 수 없을 것 같아 시설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축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아침과 저녁을 제외하고는 낮에 시간이 되어 아이들과 보낼 수 있다보니 부모 둘이서 아이들의 양육이 이루어진셈이죠. 그래서 아이들도 아빠와 친하고 아빠한테 아이를 맡겨도 걱정됨이 없을정도입니다.(남편사랑 나라사랑)
보통 맞벌이로 인해 아이들과 보낼 시간이 적은 부모님들에 비하면 저는 축복받은 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힘들기도 재미있기도 행복하기도 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시골이라 15분 거리의 시내를 나가지 않는다면, 가야하는 학교는 정해져있다고 봐야합니다. 첫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병설유치원으로 초등학교에서 운영하는 공립학교입니다. 저의 모교이기도하고요. 심지어 그 학교는 저희 아빠도 졸업한 학교입니다. 2대가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3대인 우리 아이가 입학해서 다니고 있는셈이지요. 기분이 묘합니다.
사실 너무 힘들어서 작년에는 어린이집을 보내보려고 몇군데 돌아다녀봤지만 달마다 내야하는 원비도 만만치 않았고, 막상 보내려니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유치원을 보내자는 결론이 나서 올해 보내게되었습니다.
인원수가 적은 유치원 vs 인원수가 많은 유치원
때마침 터진 코로나-19로 입학이 5월로 늦춰지기는 했지만 현재는 잘 다니고 있습니다.
현재 다니는 유치원 입학생은 우리아이를 제외하고 1명이 더 있었습니다. 전체 유치원생들이 15명이 안되는 작은곳입니다.
고민을 많이했습니다. 과연, 아이들의 수가 많은게 좋을까? 적은게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이유는 병설과 함께 운영하는 초등학교를 유치원 졸업 후 입학할 예정이었는데, 유치원생들이 적다보니 초등학생 입학수도 5-6명밖에 안되더군요. 유치원은 그렇다쳐도 초등학교 인원수가 너무 적어서 말이죠.
아이와 나의 선택은?
그런데, 첫째는 시설을 한번도 다녀보지 않았기에 오히려 인원수가 많은 곳을 가게되면 더욱 적응이 어려울 거 같았습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다니고 있는 유치원을 사전방문해보니 인원수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치원의 분위기가 중요한걸 알게되었습니다.
사전방문 시 유치원을 아이와 함께 동반했는데 아이가 무엇보다 맘에 들어했습니다. 또한 통원버스를 오래타고 다니지 않아도 되서 좋았습니다.(등원시 5분, 하원시 20분)
프로그램도 과학, 음악, 미술, 영어, 체육 등을 골고루 잘 배포해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밥이 그렇게 맛있다더군요. 학교에서 밥을 먹고오면 집에와서 밥을 안먹을정도라고 했습니다.
제가 다닐 적 급식도 정말 맛있었는데, 아직까지 맛이 있다니 천만다행입니다. 그래서 제가 가장 고민했던 인원수의 문제는 차치하고나니 안보낼 이유가 없었습니다.
시설에 적응하기까지 한달,
시간을 천천히 두고, 적응시키자고 마음을 먹고 입학을 했습니다.
1주차
1. 통원차량 대신 저와함께 등하원하기
2. 등원은 8시 30분쯤, 하원은 3시 이전
- 첫입학때는 저와 함께 등원하였고, 저는 교실 한쪽에서 대략 한시간정도 같은 공간에 머물렀습니다. 제가 있는 것을 보고 안심하면서 놀기시작하더군요. 잘 놀기시작할때쯤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니 붙잡는 바람에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인사를 하고 헤어졌습니다. 두번째날도 비슷한 패턴이었습니다. 그렇게 3일은 멋모르고 잘 헤어졌습니다. 중간마다 엄마를 찾기는 했지만 그래도 처음치고 제법 잘 적응한다고 했습니다.
2주차
1. 통원차량 대신 직접 등하원하기
2. 등원은 8시30분쯤, 하원은 3시 30분 이전
- 두번째 주가 조금 고비였습니다. 가기 싫다고 하고 등원할 때 무섭다고 안떨어지려고 하여 10분정도 설득하고, 안고 있었지만 떨어지지 않아 선생님이 반강제적으로 데리고 들어갔죠. 울긴했지만 선생님이 잘 위로해주신 덕에 또 금방 울음을 그쳤다고 합니다. 입학생이 별로 없는지라 선생님의 집중케어가 가능했습니다. 하원시간을 30분씩 늦추기로 했습니다.
3주차
1. 통원차량 대신 직접 등하원하기
2. 등원은 8시 30분쯤, 하원은 4시 이전
하원시간을 30분 더 늦췄습니다. 하지만 매일 아침마다 “유치원 안가면 안되요?” 주말이 되면 문득문득 “유치원 안가도 되요?”를 물어대며 가기싫다는 어필을 했습니다. 선생님께 여쭤보면 유치원 생활시에는 잘 지낸다고 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주차
1. 통원차량 타기 시도 성공!
2. 등원은 8시, 하원은 4시 20분(집도착 45분쯤?)
- 이제는 유치원안가겠다는 말은 잘 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앞집 누나와 형이랑 같이 하원차량을 태우기를 시도했습니다. 엉겁결에 탔지만 버스가 제법 재미있던 모양입니다. 그 이후로 등원까지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앞집 누나와 형아의 영향이 컸던모양입니다. 아직까지도 잘 타고 다닙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과정
첫째가 다니는 유치원은 5,6,7세 통합반입니다. 말도 늦게 시작하여 걱정했는데 오히려 형아 누나들과 지내니 예쁨을 많이 받아 그런지 적응을 더욱 빨리 한것 같습니다. 또한 입학생이 적어 선생님의 집중케어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여건이 시설을 다니지 않았던 첫째아이의 적응환경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둘째아이도 5살에 같은 유치원에 보낼 예정이고, 첫째는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생이 적더라도 보낼예정입니다. 결국에 인원이 적어서 걱정인건 저와 남편, 부모의 시선이지 아이들의 시선은 아닌것 같습니다.
쉬는시간이 되면 초등학교의 형아 누나들과 유치원생들이 한데모여 놀고 있는 모습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그게 더 보기 좋더군요.
유치원을 보내고 나니, 유치원을 보내는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간다는걸 알았습니다. 첫 사회생활을 재미있는 곳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택한 유치원이었는데, 결국 부모와 처음으로 떨어지는 아이를 보내는 부모도 같이 성숙해지지 않으면 안되리라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유치원을 입하면서 지킨 나만의 약속
아이와 헤어지기 전 항상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무섭지 않은 곳이고, 늘 엄마는 집에서 첫째가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해주며 용기를 북돋아 줬습니다. 또 돌아올 때는 아이의 말에 경청했고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하여 크게 문제되지 않는 행동범위까지는 이해해주면서 아이의 컨디션을 맞추기로 남편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하는게 아이를 위함이었지만 부모인 저희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으로 저희들품을 떠난 아이가 걱정되었지만 그렇게 건강한 분리작업이 서로에게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아이도 힘들었는지 짜증도 조금은 늘고 과격해지기는 했지만 시설입학 후 큰 변화가 없는걸 보니 생각보다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둘째를 보고 있습니다.

이제는 잘 적응하여 하원하고 나면 무조건 축사가서 놀고 자는게 일입니다. 잘 적응해준 아이에게 고맙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의 부모님이 계시다면, 아이는 우리들의 생각보다 강하다는점, 아이를 믿으시면 된다는점을 감히 말씀드려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들을 존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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