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파트를 살아보지 않았습니다.
어릴때부터 전원주택에 살았습니다. 흔히들 생각하는 마당이 딸려있고, 밭도 있는 그런 시골의 전원주택입니다.
지금도 애들과 농촌에서 전원주택생활을 하고 있습니다만, 가끔씩 놀러오는 지인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부럽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럴때마다 마냥 좋기만한것은 아니다. 라고 어필하지만..
제가 생각해본 전원주택의 생활의 장점과 단점입니다.
장점
1. 답답하지 않고, 넓직한 전원의 시야확보
최근들어서 코로나-19사태로 더 한층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문을 열면 밭이고, 유실수들과 나무들, 흙이 보이고 또 밟히기 때문에 구태여 외출을 하지 않아도 특별한 답답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전원주택의 최고 장점이라고 뽑고 싶습니다.
2. 자라나는 애들의 발은 소중하니까!
“뛰면 안돼!” 라는 말을 해보고 키우지 않았습니다. 요즘같이 층간소음으로 예민한 시절에 저희는 아주 큰 복을 받은겁니다. 어떻게 하든 다른 이웃들과의 공간분리로 애들에게는 뛰어다닐 자유가 주어진 셈이죠. 사실 누구나 이렇게 키우고 싶어하는데 말입니다. 이부분은 전원주택이 해결해준 셈입니다.
3. 직접 기르고 키운 농산물 섭취
텃밭에서 시기마다 자라나는 농산물을 섭취할 수 있다는건 큰 행복입니다. 우리가 먹을 것이기때문에 일절 약처리는 하지 않습니다. 비록 벌레들이 잎을 빵구내어도, 여기저기 벌레 파먹은 자국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 상품의 가치가 떨어졌다해도 얼마든지 집에서 물로만 씻어 먹을 수 있습니다. 아토피가 있는 애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친환경 제품입니다.
4. 고정되어있는 애들의 놀이터
텃밭에 나가 중장비 자동차며, 삽, 호미 등으로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다면 항상 노는게 일상입니다. 호젓하게 과일나무의 그늘을 벗삼아 애들이 낄낄거리며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저희에겐 하루의 과정입니다.
모래놀이는 비록 아니지만 할머니와 함께 딸기를 따서 먹어본다든지 풀도 베어본다든지의 여러 자연활동이 집앞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놀이터인 셈이죠.

5. 프리덤 오브 층간소음
저는 층간소음이 무섭습니다. 이런일로 서로 부딪칠걸 생각하면 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지도 걱정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층간소음은 고민거리가 아니라고 봐야하죠. 저희가 1층, 부모님이 2층에 거주하고 계시는데 가끔 애들이 2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를 들으면서 우스개소리로 남편과 말합니다.
“거참, 층간소음 장난아니네”
6. 금전적인 부분
시골 어디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의 경우 공시지가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 전원주택을 많이들 짓고싶어 하시고, 또 많이들 짓고 있습니다.
완공까지 당연히 절차는 복잡하지만 다른 대도시의 내 집마련을 생각해보면 시골에서의 자기집 마련도 나쁘지 않은 계획이죠.
이정도만 보셔도 만족할만한 시골의 전원주택 생활인가요? 그렇다면 이것도 있습니다.
단점
1. 주택관리의 어려움
아파트처럼 일정 금액을 매달 모으는 개념은 없기때문에 집에 문제가 생기면 목돈이 들거나 직접 사람을 불러야한다는 수고로움이 있습니다.
얼마전에 저희도 지붕에서 비가새는 바람에 공사를 했는데 아주아주 진짜 필요한 부분만 시공해서 대략 900만원이 안나왔습니다. 물론 아직 공사해야할 부분은 남아있습니다만, 금액때문에 미뤘습니다.
아! 부지런한 분들이라면 조금조금씩 수선했을텐데 우리집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2. 여름에 출몰하는 뱀!!!!!(극혐)
제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뭐냐고 물으신다면 단연코 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여름에 뱀이 나타납니다(돌아버리겠다고요). 작년 언젠가 한껏 날이 좋은 여름에(에어컨을 켜도 되지 않을 날씨) 문을 열어두고 애들과 집안에서 놀다가 우연히 문앞을 보니, 두꺼운 나무가 있더랍니다? '웬 나무지?' 했더니 “살모사” 한마리가 또아리를 틀고 일광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생각만하면 아찔합니다. 그놈이 방충망 사이로 유유자적 집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해보세요.
집안에 들어온 뱀은 죽이는게 아니라는 어른들의 말에 따라 죽이지도 못하겠고, 미칠노릇입니다.
3. 텃밭의 풀처럼 돈이 자라나면 좋겠다.
텃밭의 풀은 강합니다. 건조하고 가뭄인데도 풀은 자라납니다. 흔히들 보시는 주택의 깔끔함은 정말 시간을 그만큼 투자했다고 보셔야합니다. 전원주택의 관리는 투자시간과 비례합니다.
시골이라 풀관리를 안하면 게으르다고 와서 일침을 가하죠. 왜 풀은 뒤돌아서면 날까요?
풀은 왜 우리를 농락할까요? 만약 콩을 심는다면, 콩처럼 비슷한 풀이 나서 풀인지 아닌지 구분도 못하다가 콩을 뽑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4. 풀약하기
풀뽑기의 상위버전입니다. 텃밭은 저희가 직접 먹는 유실수들이 있기때문에 직접 사람이 뽑아야하지만 집 주위는 풀약을 합니다.
한두번해서 죽는것도 아닙니다. 풀약을 하고 비가오면 그 비가 생명수가 되어 이놈들의 삶을 더욱더 화려하게해줍니다. 아주 잘자라죠. 그래서 풀약으로 싹을 죽이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것은 확실합니다.
더운여름 풀약통을 들고 약을 하고 있으면 이게 약을 하는건지 내가 약이된건지 땀은 범벅이 된채 녹초가 되어버립니다.
5. 파리와 모기와 거미와..해충과 익충과의 전쟁
저희 안방에 “세모”라는 거미가 있습니다. 그냥 천장에서 저희에게 더부살이중입니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세모”라고 이름도 지어줬습니다. 심지어 거미가 똥을 싼게 이불에 떨어져있습니다. 전 아이가 볼펜으로 찍은 흔적인줄만 알았는데 세모밑에 누워있다가 제 눈으로 어떤 “까만”게 떨어지는걸 알고 똥인줄 알았던겁니다.
한계절이 다가오면 모기와 파리가 기승을 부립니다. 모기와 파리는 가을이 되면 한껏 독이올라 더욱 짜증나게 합니다. 모기는 왜이렇게 많을까요? 또 가을엔 파리가 왜이렇게 빨라질까요? 무섭습니다.
6. 전원주택의 담벼락(울타리)의 여부
담벼락(울타리)이 있으면 좀 덜하지만, 저희는 없습니다. 그래서 생기는 일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예컨대, 그냥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들이 들어와 앉아서 쉽니다. 뭐하시는거냐고 물으면 대뜸 버럭입니다.
화초도 탐나면 그냥 캐갑니다. 왜그럴까요?
유실수를 따가기도 하고요. 어쩔 때는 마당에 차를 돌리려고 그냥 들어오기도 합니다. 이건 개념의 문제인것 같습니다만 싫습니다.
무단으로 뭘 캐가는 사람보고 그걸 왜 캐가냐고 했더니 “시골인심이 왜이리 야박하냐” 했다고도 합니다. 시골인심이 무개념에게 관대하라고 누가 그랬죠? 시골만 오면 왜 다들 그렇게 인심을 찾으시는거죠?
7. 금전적인 부분
장점에서 말씀드린 땅값의 이점은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일단, 집이 매물로 나와도 잘 팔리지 않는다는점과 도시에서처럼 집을 투자목적으로 갖고있기에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저희도 집을 지으려고 예정할 때 생각했던 것은 지금 집에 들어가는 돈은 땅에 묵힌 돈, 버린돈이라고 생각하고 지어야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시골의 전원주택 장점과 단점은 이정도 인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애기들이 있는집에서 전원주택은 단연코 정말정말 좋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건 흔히들 생각하시는
“나이들고, 시골내려가서 농사나 짓고 전원주택에나 살아야지” 라고 말씀하시는 이 “전원주택에나” 는!
결코 나이들어서는 안됩니다. 젊을 때나 사는게 전원주택입니다.
저희는 진짜 시골이라서 도시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기름보일러만 사용중입니다. 한겨울에 1,2층 가득 기름을 채우면 근 90만원정도 나옵니다. 한 2달정도 쓰죠. (저희집 기름통은 3드럼씩입니다. )
또 시골이라서 인터넷선이 KT만 들어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아! 그렇지만 저는 전원주택이 좋습니다. 하지만 나이들면 꼭 아파트를 살 예정입니다. 애들과 살기엔 지금은 전원주택이 좋고요, 애들이 독립한 후에는 관리비를 내더라도 아파트에서 살고 싶습니다.
시골 전원주택의 로망은 어디까지나 관리를 하느냐 안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혹여 로망이 있으시다면 이것 하나 생각해보세요. 나는 내 집에 신경쓸 시간이 많을 사람일까? 내가 집에 관심을 많이 둘(예정인)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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